일기 4

가을이 왔다는 사실

하늘이 높고 깨끗한 9월 언젠가, 아내와 남한산성에 놀러가 외식을 하고 산책을 하던 중에 군밤을 파는 젊은 남성들이 영업을 한다.영업맨: “하나 드셔보세요~”나: “괜찮습니다.”영업맨: “안사가실거 아니까 맛만이라도 보세요~”나(속으로): '오... 저 멘트 나중에 영업할때 써먹어야지.'마지못해 받아 먹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다음 멘트를 준미하는 영업맨이 부담스러워 아내가 말을 꺼냈다.아내: “집앞에 밤나무가 있어서 밤이 너무 많아요.”영업맨: “집앞에 밤나무가 있기 어려운데…”(상황 종료)우리집 앞에는 실제로 커다란 밤나무가 있는데, 가을이 되면 9월은 밤을 줍는 시즌이 된다. 이 동네로 처음 이사온 작년 가을에는 새벽부터 정말 부지런히도 밤을 주웠다. 아마 우리집 말곤 이 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이라 그..

일기 2026.09.22

차돌된장술밥 外

1. 차돌된장술밥대림동 사무실 인테리어 디자인작업을 얼추 마무리하고, 철거와 인테리어공사 견적을 받아보고는 꽤나 놀랐다.내가 생각했던 예산 범위를 아득히 넘어있던 것. 괜찮아, 욕심을 덜어내고 조금더 저렴한 재료와 가구들을 쓰지 뭐...라고 생각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견적으로 받은 내역에 포함된 것들은 인건비, 폐기물 처리비, 자재 양중비, 2P 석고보드, 스터드에 사용될 각재, 마감으로 사용할 합판, 석고텍스 등등등인테리어 업체보다 더 싸게 자재를 조달하지 않는 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천장과 바닥을 제거해내고 모조리 다시 설치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큰 돈이 들어갈 각오를 했어야 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미 판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쩌겠나. 천장을 뜯지말고 기존 파티션 벽..

일기 2026.09.03

타마뉴타운 답사, 도쿄도립대 방문

내 석사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도쿄도립대의 아이바신 교수님 연구실과의 공동 워크샵에 다녀왔다. 도쿄도립대는 도쿄 도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하치오지(八王子)시 인근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역으로는 게이오선 미나미오사와역. 숙소인 신주쿠에서 지하철을 타고 약 1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워크샵 시작 전 타마뉴타운 공동주거 답사 시간을 잠깐 가졌다. 타마뉴타운은 1960년대 후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여 1971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규모 신도시사업으로 만들어진 주택단지이다. 더운 여름 걸어서 모두 돌아보기란 무리, 도립대와 가까운 몇 군데를 다녀보았다.약 50년전 계획된 공동주택의 세심함에 놀랐던 베르코리누 미나미오사와 5-6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아파트 공동현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복..

일기 2026.08.25

입면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로축과 가로축이 만나는 곳에 기둥이 세워지면기둥과 기둥 사이 기다렸다는듯이 벽과 개구부가 자리잡는다.개구부는 빈 곳인데 자리를 잡는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기둥과 벽으로 바둑판 몇 개를 그리고 나니 입면에 드러나는건 기둥과 벽의 자국뿐이었다.평면, 단면을 고민하고 그린 뒤 입면을 들여다보면 어느샌가 결정되어 있었다.

일기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