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초록건축사사무소 3

가을이 왔다는 사실

하늘이 높고 깨끗한 9월 언젠가, 아내와 남한산성에 놀러가 외식을 하고 산책을 하던 중에 군밤을 파는 젊은 남성들이 영업을 한다.영업맨: “하나 드셔보세요~”나: “괜찮습니다.”영업맨: “안사가실거 아니까 맛만이라도 보세요~”나(속으로): '오... 저 멘트 나중에 영업할때 써먹어야지.'마지못해 받아 먹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다음 멘트를 준미하는 영업맨이 부담스러워 아내가 말을 꺼냈다.아내: “집앞에 밤나무가 있어서 밤이 너무 많아요.”영업맨: “집앞에 밤나무가 있기 어려운데…”(상황 종료)우리집 앞에는 실제로 커다란 밤나무가 있는데, 가을이 되면 9월은 밤을 줍는 시즌이 된다. 이 동네로 처음 이사온 작년 가을에는 새벽부터 정말 부지런히도 밤을 주웠다. 아마 우리집 말곤 이 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이라 그..

일기 2026.09.22

차돌된장술밥 外

1. 차돌된장술밥대림동 사무실 인테리어 디자인작업을 얼추 마무리하고, 철거와 인테리어공사 견적을 받아보고는 꽤나 놀랐다.내가 생각했던 예산 범위를 아득히 넘어있던 것. 괜찮아, 욕심을 덜어내고 조금더 저렴한 재료와 가구들을 쓰지 뭐...라고 생각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견적으로 받은 내역에 포함된 것들은 인건비, 폐기물 처리비, 자재 양중비, 2P 석고보드, 스터드에 사용될 각재, 마감으로 사용할 합판, 석고텍스 등등등인테리어 업체보다 더 싸게 자재를 조달하지 않는 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천장과 바닥을 제거해내고 모조리 다시 설치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큰 돈이 들어갈 각오를 했어야 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미 판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쩌겠나. 천장을 뜯지말고 기존 파티션 벽..

일기 2026.09.03

luce e verde

사무실 이름이 너무 예뻐요. 사무소 개소를 하며 서울건축사신협에 계좌를 만들때 직원분이 해주셨던 이야기다. 사무소 개소를 위해 이런 저런 정보들을 찾다보면 수많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나의 에피소드도 여기에 남겨본다. 2019년 8월 대학을 졸업한 뒤 나는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식이라는 것이 꼭 참석해야하는 중요한 행사라는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이미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비자 없이 이탈리아에 체류 가능한 최대기간은 3개월이었는데, 그 기간을 가득 채워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의 첫 행선지는 로마였는데, 당시 에어비앤비 장기렌탈로 할인을 쏠쏠히 받아 지냈던 아파트가 있었다. 숙소 이름은 luce e verde. 한국어 이름으로는 빛과초록 이라는 뜻..

사무소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