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된장술밥 外
1. 차돌된장술밥
대림동 사무실 인테리어 디자인작업을 얼추 마무리하고, 철거와 인테리어공사 견적을 받아보고는 꽤나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예산 범위를 아득히 넘어있던 것.
괜찮아, 욕심을 덜어내고 조금더 저렴한 재료와 가구들을 쓰지 뭐...
라고 생각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견적으로 받은 내역에 포함된 것들은 인건비, 폐기물 처리비, 자재 양중비, 2P 석고보드, 스터드에 사용될 각재, 마감으로 사용할 합판, 석고텍스 등등등
인테리어 업체보다 더 싸게 자재를 조달하지 않는 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천장과 바닥을 제거해내고 모조리 다시 설치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큰 돈이 들어갈 각오를 했어야 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미 판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쩌겠나. 천장을 뜯지말고 기존 파티션 벽체들을 제거한 자국을 남긴 채 새롭게 실 구획만 바꾸어야 하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점심식사를 하러 출발.
점심 메뉴는 사무실 바로 옆 고깃집에서 점심메뉴로 있는 차돌된장찌개. 고기를 먹는다면 시킬 수 있는 된장술밥이 땡겼지만 점심부터 혼자 고기를 굽기란 꽤 부담스러워서, 그리고 주목적인 된장술밥에 비해 배꼽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차돌된장찌개로 타협했다.
꽤 빠른 시간 내에 메뉴가 나와서 밥을 먼저 절반 넣어서 섞는데 이게 웬걸, 차돌된장찌개에 차돌이 없는 것 아닌가.
종업원께 내가 주문한 메뉴가 차돌된장이 맞는지 다시한번 물어보고 고기가 들지 않았음을 어필하니 메뉴가 잘못 나왔다고 고기를 넣어주겠다고 한다.
이미 넣어버린 밥이 들어있는 채로 고기를 넣고 다시 끓인 식사가 나왔다. 어찌됐건 차돌된장술밥을 먹게 되었다.

2. 얼음잔과 콜라
차돌된장술밥을 즐기는 중에 메뉴가 잘못나와 미안하다며 계란후라이와 얼음잔과 콜라캔을 내미는 종업원.
사실 처음에 메뉴가 잘못나왔을 뿐 하자보수(?) 이후 아무런 문제없이 식사를 하던 중이라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공사비에 대한 고민 때문에 내가 표정이 너무 안좋았나...
서비스로 준 계란후라이를 먹고 얼음잔과 콜라는 후식으로 먹어야지 싶어서 남겨두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탄산음료를 얼음잔에 부어먹는 것은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행위이다.
안정된 자연상태 이상으로 과하게 탄산을 녹여둔 음료가 얼음의 거친 표면에 닿으면서 기포핵이 생겨나 탄산을 빠르게 배출해버려서 탄산음료 특유의 톡쏘는 맛이 사라진다는게 그 이유.
반면에, 조금 더 차가우면서도 목에 통증없이 콜라를 마실 수 있다는게 반대측의 주장이다.
이런 양측의 주장을 떠올림과 동시에, 대학원 시절 건축재료 수업때 교수님께서 재료의 물성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것을 강조했던 기억이 남. 얼음과 탄산음료라는 것의 물성에 대해 꽤나 잘 알고있던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함.
사무실에 시공될 칸막이벽의 스터드, 양면에 석고보드, 한쪽은 페인트 반대쪽은 합판마감 등을 상상함.
도쿄의 타마뉴타운에 시공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사이의 실리콘 재질의 줄눈을 꾹꾹 눌러보던 상상을 함.
3. 챙길 것과 포기할 것
점심식사 이후 천장 텍스를 제거하는 큰 공사를 할것이 아니라 칸막이만 제거하고 가구배치 정도만 하는 것으로 타협하면 비용은 얼마나 줄어들지, 계획은 얼마나 수정해야 할 지, 어디까지 타협하며 합리적인 선을 정할 수 있을지 등 생각을 정리함.
향후 건축주와의 협의과정에서도 하고싶은 것과 비용의 제약 사이에서 살릴 것은 살리고, 쳐낼 것은 쳐낼 수 있는 셀프 훈련이 되리라 생각하여 글로 남겨둠.
천정/바닥 전체 공사의 장점
- 텍스 제거로 실별로 천장고가 달라지는 등 공간의 질적 변화를 주어 밝고 어두움이 대비되는 초기 컨셉을 잘 유지할 수 있음
- 실별 출입구의 위치, 높이, 폭을 조절해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거나 밝은 곳으로 나올때의 대비효과를 높일 수 있음
- 콘센트 위치를 계획하여 가구배치의 자유도가 높아짐(바닥 전선쫄대가 보기싫어서 없애고 싶다는 초기 목표가 있었음)
- 모두 새로 시공하니 벽/바닥/천정의 깨끗한 마감상태
단점
- 높은 비용
그럼 반대로, 범위를 줄여서 마감을 남긴 채로 손댈 수 있는 최소한만 작업하면?
장점
- 예산에 가까워지는 비용(예산에 맞을지 아닐지는 아직 모름)
단점
- 높이가 높은 책장, 식물, 일반 사무실 파티션 정도로 공간을 구획해 실별로 질적 대비 효과가 약해짐
- 칸막이 벽을 제거한 지저분한 흔적이 남음
이렇게만 비교해서는 돈을 쓰고 원하는걸 얻느냐 아니냐로만 생각이 몰아져서 달리 생각해보기로 함.
공사범위를 줄이면서도 원하는 컨셉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생각해보니 이 질문이 가장 필요했던 질문인 것 같다.
몇몇 단점들을 안고 가면서도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라는 컨셉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그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얼른 공사업체들에 전화를 돌려봐야겠다.